고요하게 펼쳐진 백사장에 십수 명의 소년들이 낮은 포복 자세로 엎드려 있다. 긴 쇠막대기로 조심조심 눈앞의 모랫바닥을 콕콕 찔러 대다가, 쇠와 쇠가 맞닿는 둔탁한 ‘탁’ 소리가 들리면 움직임을 극도로 최소화한 채 바닥을 살핀다. 지뢰가 매설된 자리를 찾아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다음 순서는 목숨 걸고 그 지뢰를 해체하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지뢰와 함께 자신들의 몸도 산산이 부서질 것이다.제2차 세계대전 이후 덴마크는 국가 재건에 나선다. 이때 벌어진 충격적인 소년 학대의 역사를 다룬 영화가 이다. 덴마크는
는 중국의 대표적인 ‘야한 소설’이다. 일단 두 주인공의 관계부터 불온하다. 중국인민해방군 소속으로 치적을 쌓아온 중년의 사단장은 나이가 한참 어린 아내를 두었는데,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요 회의 때문에 두 달간 집을 비우게 된다. 그 틈을 탄 그의 아내는 연하의 사택 취사병을 적극적으로 꼬셔 격렬한 정사를 끝도 없이 나눈다. 시적인 은유와 노골적인 묘사를 고루 배합한 문장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쉽게 눈을 떼기 어렵다.다만, 그저 야한 게 다인 소설은 결코 아니다. 이 글을 쓴 작가 옌렌커는 자기 글로 중국
그 남자의 삶은 그럭저럭 안정적이다. 자신은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고, 아내는 경력 있는 간호사다. 10대가 된 두 아들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무던하게 커 나간다. 아픈 데도 없고, 돈 걱정으로 밤잠 설칠 일도 없다. 그런데 친구들과 둘러앉아 근사한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문득, 사는 게 지나치게 허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명치끝에서부터 올라오는 뜨거운 우울이 눈물로 맺혀 흐르는 지경에 이르자 그는 생전 입에 대지 않던 술 한 잔을 꿀떡, 집어삼켜본다. 낯선 취기가 은은하게 몸을 감싼다.술 한두 잔. 그게 갈피 잃
좀비영화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작품 몇 가지가 있다. 사람을 뜯어먹는 이성 없는 좀비의 첫 등장은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1968)이다. 뇌를 공격하면 좀비를 해치울 수 있다는 고전적 설정도 이때 함께 나왔다. 본격적으로 상업적 감각을 보여준 건 30여 년 뒤부터다. 대니 보일 감독 (2002)의 좀비는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하는데 움직임이 아둔했던 존재들이 속도라는 무기를 지니게 되면서 관객의 공포가 배가된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2004)는 쇼핑몰을 배경으로 한
관객을 만나려는 한국 상업 영화가 개봉 일을 잡지 못하고 줄줄이 밀려 서 있다. 새해 첫 달 배급사별 라인업을 집계해보니 60편이 넘는다. 코로나19가 잠식한 지난 2년 동안 영화관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탓인데, 유례없는 현상이다.영화관의 1년은 53주로 돌아간다. 배급사는 여름 휴가나 명절, 공휴일 같은 ‘시즌’은 물론이고 경쟁작의 개봉 전략까지 고려해 관객과 만나는 최적의 타이밍을 정해왔다. 매주 수, 목요일쯤 개봉해 관객이 많아지는 첫 주 금, 토, 일 3일 성적을 잣대로 영화의 성패를 가늠하는 식이다.이 전통적인 방식은